(사진 : 세종시 수정의 총대를 멘 정운찬(왼쪽) 총리와 송석구 민관합동위원회 위원장. 출저 국제신문DB)
전국이 세종시 수정안으로 떠들썩합니다. 세종시는 당초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로 9부 2처 2청의 중앙 행정부처가 이전하기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갑자기 수정 방침을 밝히더니 급기야는 최근 토지조성 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평당 36∼40만 원 대에 토지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대기업에 특혜나 다름없는 조건을 제공하기로 방침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만일 수정안대로 간다면 세종시는 행정부처 이전이 전무한 기업도시로 변질되고 "혁신도시를 차질 없이 추진하라"는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혁신도시 조성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이처럼 정부가 대기업에 사실상 특혜를 주기로 하자 전국의 광역단체장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향후 대권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정치인 출신 김문수 경기지사는 7일 오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침을 들면서 세종시 인센티브와 관련 "경기도는 안 보이고 세종시만 보이느냐. 경기도도 뜨거울 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각각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까지 공개된 세종시 수정안을 보면 지역의 대형 사업들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세종시만큼 지방의 산업단지에도 혜택을 줘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박광태 광주시장도 "정부가 광주시에서 육성 중인 신재생에너지와 태양광 산업, 연구개발 특구에 유치하려던 국립 연구기관들을 세종시로 모두 보내면 광주의 유치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를 통해 다른 지역에도 세종시와 같은 수준의 지원이 이뤄지도록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국을 대표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각자의 입장을 표출 중인 가운데 유독 허남식 부산시장은 가타부타 말이 없어 세간에서는 영화 '양들의 침묵'보다 더 무서운 '허 시장의 침묵'의 이유가 궁금증을 낳고 있다고 합니다. 부산시의 경우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인 명지국제비즈니스도시의 분양가가 평당 400만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돼 세종시가 수정안대로 되면 게임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이유가 궁금해서 부산시청 대변인실 홍보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이에 "시장님이 현재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데 세종시에 대한 지자체의 입장이 조금씩 달라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이 답변도 전국이 난리인 상황을 감안하면 석연찮않지만 내색을 않고 "향후에라도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합니까"라고 묻자 "아마도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의견 개진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참 갑갑합니다. 시세가 기울고 있긴 하지만 명색이 대한민국 2대 도시로 해양수도이자 동남권 선도 도시인 부산의 시장이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는 게. 또한 부산시는 그 동안 지역민들이 먹고 살 길을 위해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습니다.
대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주는 중앙정부의 세종시 정책에 부산시장이 한 마디도 못하는 게 '통 작은' 관료 출신 시장을 둔 시민의 업보처럼 여겨진 건 저만의 편협한 생각일까요.
'지역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허 시장의 침묵 (0) | 2010/01/08 |
|---|---|
| 남북항 연결도로, 장기적 관점에서 (0) | 2009/06/27 |



